사례로 배우는 학교폭력
'학교폭력'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뭐가 떠오르나요? 얻어맞는 것, 따돌리는 것, 돈이나 물건을 빼앗기는 것 등등…….
심하게 맞아서 다치거나 입고 다니던 옷을 빼앗기는 등 피해가 한눈에 띄는 경우에는 누가 봐도 학교폭력임이 분명해요. 하지만 피해의 정도가 아주 적어서 학교폭력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요. 겉으로 보이는 피해가 없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피해 정도가 미미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상처를 입거나 분노ㆍ불안 등을 느꼈다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 학교폭력으로 보아야 해요.
그러면 어떤 경우에 학교폭력이고, 어떤 경우에 학교폭력이 아닌지 사례를 통해 알아봅시다.
신체적·물리적 학교폭력
반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는 아이가 쉬는 시간마다 일부러 저에게 와서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칩니다. 아픈 건 둘째 치고 기분이 상당히 나쁜데 이것도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나요?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신체에 상처를 입지 않았더라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등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분명하네요. 법적으로 봐도 자신보다 약한 학생을 고의로 건드리거나 치는 등 시비를 거는 행위는 신체적ㆍ물리적 학교폭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놀면서 장난삼아 머리를 몇 대 때렸어요. 전 살살 때린 것 같은데 그 친구가 갑자기 우니까 황당하고 어이없어요.
친구들이 전부 저한테 너무했다고 하던데, 설마 이게 말로만 듣던 학교폭력은 아니겠죠?
본인이 대수롭지 않은 행동으로 여겼더라도 상대방이 아픔이나 수치심을 느꼈다면 학교폭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난은 서로가 즐겁고 유쾌해야 합니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장난으로 생각해 즐거워하고, 반대로 다른 친구는 이를 불쾌하게 여긴다면 장난이 아닌 괴롭힘으로 보아야 합니다.
친구들과 편히 노는 가운데서도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답니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노는 경우에도 무리한 신체 접촉은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갑자기 교실이 소란스러워서 보니까 친구 A랑 B가 뒤엉켜서 싸우는 거예요. 친구들 말이 A가 자꾸 B의 머리를 때리니까 B가 울컥해서 같이 머리를 때리는 바람이 싸움이 벌어졌다고 하더라고요. A가 평소에 약한 아이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전 B의 편을 들어 싸움을 말렸어요. 그런데 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제가 흥분해서 A를 미는 바람에 A의 다리가 부러졌어요. 저도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된 건가요?
그렇습니다. 비록 그럴 의도는 없었더라도 결과적으로 상대방을 다치게 했으니까요. 어떤 사건이 학교폭력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는 발생 원인이 아니라 그 행위의 결과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현행법에서 학교폭력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ㆍ유인, 명예훼손ㆍ모욕, 공갈, 강요, 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ㆍ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
따라서 질문자가 좋은 의도로 싸움에 개입했더라도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다쳤다면 학교폭력의 가해학생이 됩니다.
하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는 학교폭력을 처리할 때 그 동기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신체적ㆍ물리적 학교폭력 예시
ㆍ고의적으로 건드리거나 치는 등 시비를 거는 행위
ㆍ때리는 행위(다른 사람을 시켜서 때리는 행위 포함)
ㆍ목을 조르는 행위
ㆍ꼬집는 행위
ㆍ장난을 가장해서 심하게 때리거나 밀치는 행위
ㆍ신체적인 위협을 가하는 행위
ㆍ신체적ㆍ성적 접촉을 강요하는 행위
ㆍ학용품 등 물건이나 흉기를 이용해서 상해를 입히는 행위
ㆍ신체부위에 침을 뱉는 행위
ㆍ한 학급학생을 모두 운동장으로 불러내어 기합을 주는 행위
ㆍ돈이나 물건을 빼앗거나 감추는 행위
ㆍ성폭력 행위
언어적·정신적 학교폭력
지난 학기까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제 험담을 하고 다니는 걸 들었어요. 점점 학교 가기가 싫어져요. 이런 경우에도 학교폭력으로 상담 받을 수 있나요?
학교폭력으로 상담 받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때리고 윽박지르는 것만이 학교폭력은 아닙니다.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면박을 주거나 다른 사람에게 험담을 늘어놓는다면, 누구라도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할 것입니다. 즉, 질문의 내용은 언어적ㆍ정신적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친구들이 서로 "이 XX야"라고 욕을 하면서 즐거워하는데, 제가 볼 때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요. 욕설은 언어폭력이니 학교폭력이 맞죠?
학교폭력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학교폭력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욕설을 들은 친구가 기분 나빠했다면 학교폭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모두 즐거워했다면 학교폭력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모르는 사람이라면 불쾌할 수 있는 농담도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재미있게 듣고 넘기기도 하잖아요? 친구들이 욕을 하면서 기분 상하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워했다면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없으므로 학교폭력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현행법에서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을 경우를 학교폭력으로 보기 때문입니다(「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
※ 언어적ㆍ정신적 학교폭력 예시
ㆍ말로 위협하거나 협박하는 행위
ㆍ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면박을 주는 행위
ㆍ욕설을 하는 행위
ㆍ험담을 하는 행위
ㆍ조롱하거나 비웃는 행위
ㆍ모욕을 주는 행위(다른 사람이 누군가를 모욕하도록 설득하는 행위 포함)
ㆍ약점을 들춰서 괴롭히는 행위
ㆍ본인이 싫어하는 별명을 부르며 놀리는 행위
ㆍ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
ㆍ특정 행동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본인에게 수치심을 주는 행위
ㆍ본인이 싫어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퍼뜨리는 행위
ㆍ부당한 일을 강요하는 행위
ㆍ학교 게시판이나 인터넷 사이트에 비방ㆍ험담하는 글을 올리는 행위
ㆍ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등을 통해 비난하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협박 또는 위협하는 행위
따돌림
저를 포함해서 늘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다섯 명이 있어요. 등하교도 함께 하고 학원도 같이 다닐 정도로 친한데, 어느 날 한 친구가 제가 자기 욕을 하고 다닌다고 들었다면서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다른 친구들도 저와 어울리지 못하게 합니다. 우리 반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도 어느 순간부터 제 글에 답글이 달리지 않고 실시간 채팅도 거부당하고 있어요. 등하교도 혼자하고 학원에 가도 왕따처럼 무시당하는데 이것도 학교폭력인가요?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따돌림은 학교폭력의 한 형태입니다.
다섯 명이서 친하게 지내요. 그런데 그중 한 친구가 저와 제 부모님을 나쁘게 얘기하고 다닌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너무 화가 나서 그 친구가 말을 걸어도 대꾸하지 않고 같이 다니기 싫다고 얘기하니까 다른 친구들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가 내 욕을 해서 같이 다니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다른 친구들도 그 친구랑 안 놀아요. 그 친구가 잘못해서 같이 안 노는 것뿐인데 이게 나쁜 건가요?
두 명 이상의 학생들이 한 학생을 대상으로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무시하는 행동은 '따돌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따돌림이 한 두 번 정도만 일어났다면 본인의 오해일 수도 있으니 먼저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들과 대화해서 사과를 받거나 오해를 푸는 것이 좋습니다.
※ 따돌림 예시
ㆍ고의적으로 따돌리는 행위
ㆍ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고 무시하는 행위
ㆍ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하는 행위
ㆍ친구의 접근을 막는 등 따돌림을 부추기는 행위
ㆍ주변 친구들이 도우려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
ㆍ책상, 소지품 등을 감추거나 버리는 행위
집단폭력: 일진 등 폭력서클
저희 집은 빵집을 해요. 학교 일진 애들이 절 찍어서 매일 3교시 쉬는 시간마다 빵을 자기 앞에 갖다 놓으라고 합니다. 처음엔 한두 번이면 될 줄 알았는데 벌써 4개월이 넘어가고 있어요. 가끔 빵 가져오는 걸 잊으면 그 밑에 있는 일진이 학교 뒷골목으로 불러내서 제 손가락을 꺾고 머리를 잡아채며 빵을 가져오라고 협박해요. 이제 학교 가는 게 너무 스트레스인데, 학교폭력으로 상담 받아야 할까요?
자신보다 힘이 약하다고 괴롭히고 물건은 빼앗는 행동은 명백한 학교폭력입니다. 게다가 일시적인 행동으로 끝난 게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반복적으로 계속되어 왔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네요. 요즘 학교폭력은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조직에 의해 집단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혼자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보복 당할까 두려운 마음에 참는 것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부모님, 선생님 등과 상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같은 반에 빵집 아들이 있어요. 매일 빵이 남는다고 학교에 가져 오기에 제가 친하게 지내는 다른 반 친구도 불러서 같이 나누어 먹었어요. 몇 번 빵을 가져오지 않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왜 빵이 없냐? 내일은 꼭 가져와라"라고 타이르기만 했지 협박하지는 않았어요. 그 빵집 아들 말이 제 친구들이 자기를 협박을 하고 때렸다고 주장하는데 제 친구들 착하거든요? 그런 애들 아니에요. 그냥 장난으로 몇 대 친 거예요. 제가 와이파이가 안 잡힌다고 하면 다른 친구들에게 스마트폰을 빌려서까지 핫스팟을 쓰게 해 주는 착한 친구들이에요. 그런데 학교폭력이라니요?
의도가 어찌됐건 상대방 학생은 신체적,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명백한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어요. 빵을 매번 가져오라고 강요하기도 하고, 가져오지 않는다고 때리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다른 친구의 스마트폰을 강제로 이용하는 행동 모두 상대방에게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히는 학교폭력입니다.
※ 집단폭력 예시
ㆍ두 명 이상이 함께 특정인을 소외시키는 행위
ㆍ두 명 이상이 함께 특정인을 때리는 행위(다른 사람을 시켜서 때리는 행위 포함)
ㆍ두 명 이상이 함께 특정인을 감금시키거나 자기의 지배 하에 놓이게 하는 행위
ㆍ일진에게 충성할 것을 강요하며 담뱃불로 신체를 지지는 등의 행위로 충성도를 증명할 것을 강요하는 행위
ㆍ일진임을 내세워 쉬는 시간마다 빵을 사오라고 하는 등 부당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는 행위
ㆍ교내 폭력서클에 가입할 것을 강요하는 행위
ㆍ정기적으로 교내 폭력서클 조직원에게 용돈을 갖다 바치도록 하는 행위
ㆍ다른 학교의 폭력서클과 세력다툼을 하는 행위